한미반도체 독주가 끝났다? HBM4 시대 개막하면 아직 끝나지 않았다

AI 혁명의 핵심 부품 HBM,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승부처 TC본더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습니다.

반도체 투자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한미반도체. 그동안 HBM(고대역폭메모리) 제조 장비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군림해왔던 이 회사에 새로운 도전자들이 나타났습니다. 과연 이 변화가 투자자들에게는 어떤 의미일까요?

 

HBM이 뭐길래? TC본더가 그렇게 중요한가?

먼저 HBM부터 이해해봅시다. HBM은 최대 12개의 메모리 칩을 레고블록처럼 수직으로 쌓아 올린 차세대 메모리입니다. AI 연산에 필요한 엄청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탄생한 기술이죠. 

여기서 핵심은 TC(Thermal Compression)본더라는 장비입니다. 이 장비는 열과 압력을 이용해 메모리 칩들을 정밀하게 붙이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초정밀 접착제 역할을 하는 장비인 셈이죠. HBM 제조에서 이 장비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매우 중요합니다.

한미반도체의 화려한 성장 스토리 

그동안 TC본더 시장은 한미반도체의 완전한 독무대였습니다. 2017년부터 SK하이닉스와 손잡고 기술을 개발한 이후, 말 그대로 승승장구했습니다. 지난해인 2024년 실적을 보면 그 성장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 매출: 5,589억원 (2023년 대비 251% 증가)
  • 영업이익: 2,554억원 (2023년 대비 638% 증가)

이런 성장을 바탕으로 한미반도체는 2026년 매출 2조원이라는 야심찬 목표까지 세웠습니다. 현재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의 최신 HBM3E 제품 90% 이상이 한미반도체 장비로 만들어지고 있을 정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는 슈퍼 "을" 이라는 업체로 평가받기도 했죠.

독주 체재의 끝맺음? : 한화세미텍과 ASMPT의 등장

하지만 2025년, 시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한화세미텍(구 한화정밀기계)**이 SK하이닉스에 TC본더 공급을 시작한 것입니다. 지난해부터 SK하이닉스와 치밀하게 기술 개발을 진행해온 한화세미텍은 최근인 2025년 3월에 210억원 규모의 HBM 제조용 장비 공급 계약을 따내며 본격적인 시장 진입을 선언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화 오너가의 전폭적인 지원입니다. 김승연 회장의 삼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직접 경영 일선에 나서며 "TC본더 시장의 후발 주자이지만, 혁신 기술로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쟁도 가세

한화세미텍만이 아닙니다. 2024년 2분기 때 싱가포르의 ASMPT가 SK하이닉스에 TC 본더를 발주한다는 소식이 들리기 시작하였고 이어 ASMPT 3분기 실적 발표 때 HBM 선두 업체에 TC본더 장비를 발주했다는 간접적인 시그널을 주어 한미반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ASMPT와 한화세미텍은 하이닉스에 HBM용 TC본더를 납품하기 시작했습니다.그리고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차세대 4세대 HBM 16단 제품에 ASMPT 장비를 본격 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언론 소식으로는 이제 한미반도체의 독점 체제는 공식적으로 끝났다고 봐야 할 상황입니다.

 

독점기업에 대한 밸류가 깨진 상태이니 현재 주가로는 지속적으로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는 시장 변화

부정적 요소

  • 독점 프리미엄 소멸: 그동안 한미반도체 주가를 떠받친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 주가 박스권 진입: 독보적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주가는 당분간 횡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2025년 1분기 컨센서스 하회:  시장 컨센서스인 매출 1,696억 원, 영업이익 824억 > 실적 매출 : 1,474억원, 영업이익 696억원

긍정적 요소

  • 해외 시장 점유율 지속 확대: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는 여전히 견고합니다
  • 수익성 개선 지속: 이익률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 HBM 시장 자체의 성장: AI 수요 증가로 전체 파이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결론: 위기인가, 기회인가? 전 기회라고 봅니다

한미반도체의 독주 시대는 분명히 끝났습니다. 독점 밸류는 끝난 것이죠. 하지만 한미반도체의 현재 주가는 전화위복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가깝습니다.

 

시장 전체가 성장하는 상황에서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오히려 이런 경쟁을 통해 기술 혁신이 가속화되고, 전체 세계 시장 파이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SK하이닉스는 이번 6월부터 밀려드는 HBM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서 TC본더 신규 장비 발주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HBM 3E 12단이 아닌 HBM 4세대가 준비 되고있는 상황이며 SK하이닉스는 26년이 아닌 올해 하반기부터 HBM4 16단을 엔비디아에게 조기 납품하겠다는 발언도 재조명 할 필요가 있어보입니다. 현재까지 HBM4 16단 적층 장비를 생산 및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한미반도체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현재까지는 국내 SK하이닉스 독주체재의 밸류가 깨진 것이라면 이제는 마이크론, IBM, TSMC 등 해외수출 및 새로운 장비로 시장 레벨업에 대한 밸류가 추가로 붙을 수 있는 상황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최근인 25년 4월 초에는 한미반도체가 HBM 핵심 장비인 TC본더 가격을 25% 전격 인상한 점도 주목해봐야 될 것 같습니다. 가격 전격 인상 통보를 받은 업체는 바로 SK 하이닉스, ASMPT 및 한화세미텍이 TC 본더 장비를 발주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한미반도체의 슈퍼"을"은 깨지지 않은 것으로 보여집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한미반도체에 임원을 파견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이는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사안입니다.

확실한 것은 현재 SK하이닉스의 HBM3E 12단 제품 생산에서 한미반도체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점입니다. 전체 생산량의 90% 부분이 한미반도체 장비를 통해 이뤄지고 있어, 한미반도체가 시장에서 갖는 영향력은 여전히 절대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현재 한미반도체 주가는 분할매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일 수 있습니다. 독점 프리미엄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시장 1위 기업으로서의 기술력과 고객 기반은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